실리콘밸리에서 사는것의 장단점

실리콘밸리에서 사는것의 장단점
Photo by Mark Mialik / Unsplash

실리콘밸리에서 사는것의 장점

남하고 비교 안 하고 자기만의 길을 갈 수 있다면 실리콘밸리는 참 좋은 동네다 (하지만 쉽지 않다). 일종의 해방감 같은 것이 있다 (날씨 덕분일 수도). 다양한 인종이 공존하는 다원화된 사회이다 보니 다양성이 존재하고 그러다보니 다르다는 것을 기본적으로 인정할 수 밖에 없다. 한국 같으면 관상으로 사람을 뽑을 수도 있겠지만 여기서는 불가능하다 :) 남과 다른 길을 간다고 굳이 뭐라 하는 사람들도 많지 않다.

일단 캘리포니아 특히 실리콘밸리는 아시안이 워낙 많아서 나 같은 사람이 사는데 문제가 없고 (둔감해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20여년 살면서 인종차별을 당한 기억은 없다) 일했던 회사들도 수평적이면서도 수직적이었기에 잘 맞았다. 내 관점에서는 서로 다름을 인정해준다는 것이 실리콘 밸리의 가장 좋은 점이다. 사실 과거에는 굳이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서 10년전의 나에게 장점이 뭐냐고 물었다면 같은 대답을 했을지는 모르겠다. 물론 앞으로도 생각이 바뀔 수 있다.

사회의 다원성과 다름을 인정한다는 부분은 아무래도 한국에서 살았던 처음 31년의 인생과 비교될 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한국은 기본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것을 생각하기 보다는 모두가 비슷한 기준을 갖고 같은 방향으로 뛰어가는 느낌이다.

다음 장점은 잡마켓의 유동성이 좋다는 점이다. 이는 앞서 사회가 다원화되어 있느냐와도 관련이 많이 있다고 생각된다. 40대 후반 혹은 50대에 주니어 개발자로 새로 커리어를 시작하는 것이 쉽진 않지만 가능하다. 또한 해고와 이직이 모두 at-will 관계이기에 이직 뿐만 아니라 해고도 많이 생긴다. 앞서 해고에 관한 글을 하나 썼는데 (https://lnkd.in/g4eqcWBs ) 잡마켓의 유동성이 좋은 환경에서는 해고라는 것이 결코 나쁜 것이 아니다. 내가 안 맞는 곳에서 고생하는 것 보다 타의로 나와서 나와 더 맞는 곳을 찾는 것이 긴 인생에서 더 좋은 일이다. 한국 기업들과 컨설팅하면서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에 자신감을 잃고 Free Rider(그런 표현도 처음 배웠다)로 처박혀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충격에 가까웠다.

내 경우 미국에서 22년 동안 10개의 회사를 다녔는데 사실 개인 컨설팅을 하며 쉰 기간을 빼면 19년 반 동안 10개 회사를 다닌 셈인데 가장 오래 다닌 회사 두 개의 근속 연수는 합이 9년 3개월이다. 나머지 8개 회사의 평균 근속 연수는 짧다 (나도 이 글 쓰면서 다시 한번 충격받았음 ^^). 기본적으로 내가 맞는 곳에서는 좀더 오래 다녔고 (뭉개면서 오래있기도 했지만), 아니다 싶은 곳에서는 결정을 빨리 내리기도 했고, 작은 스타트업을 많이 가다보니 망해서 (3개월, 8개월, 9개월) 본의 아니게 짧게 다닌 곳들도 있다. 사실 이는 남의 이목을 신경쓸 필요가 없는 사회이면서 잡마켓이 좋았기에 가능했다.

다른 좋은 점으로 날씨와 자연을 빼놓을 수는 없다. 어떤 사람들은 날씨만으로도 캘리포니아주 소득세(대략 10%)가 아깝지 않다고 하던데 정말 다른 곳 갔다오면 다시 한번 감사하게 된다. 요즘 이상기후로 인한 산불과 가뭄과 더위 등으로 한물간 느낌이지만 그건 전세계가 겪는 현상인 셈이라 좋은 날씨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스럽다.

실리콘밸리에서 사는것의 단점

지난 22년간 실리콘밸리에 살면서 이 지역이 장점도 많지만 단점도 많구나 하는 점을 자주 느끼게 된다. 혁신이 일어나고 똑똑하고 야망이 많은 사람들이 많고 다양성이 인정되는 곳이며 실패도 배움으로 받아들여지는 좋은 곳이지만 단점으로 남과 비교하며 살기가 쉽다. 일종의 peer-pressure가 크다고 할까?

이 지역 스타트업들과 컨설팅을 하면서 더 깨닫게 된 부분인데 일단 스타트업 창업자들만 봐도 실리콘 밸리 내 창업자들은 다른 지역보다도 조금 더 힘들게 사는 듯 하다. 주변에 워낙 잘 나가는 스타트업들이 많다보니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서비스나 제품에 집중하기 보다는 펀딩 좀더 크게 받고 성장을 더 빠르게 해야만 할 것 같은 그런 생각에 사로 잡히기 쉽다는 거다. 그건 실리콘밸리내에서도 샌프란시스코쪽에 있는 스타트업들과 남쪽 (South Bay)에 있는 스타트업들을 비교해봐도 온도차가 확실히 있다. 북쪽으로 갈수록 이런 peer-pressure는 더 심하다고 보여진다.

유럽에 있는 스타트업들과도 짧게 컨설팅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 이런 차이를 더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내 갈 길 가기도 힘든데 주변에서 누구는 얼마 펀딩받았더라 그런 이야기하는 것을 듣는 것이 그리 마음 편한 일은 아닐 것이다. 여러가지 이유로 창업자는 좋은 서포트 네트웍을 갖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멘탈 관리). 좋은 조언까지는 아니어도 내 고민을 들어주고 나를 지지해주는 그런 사람들이 있다면 그리고 그런 VC와 일을 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사람 뽑는 것만 봐도 그렇다. 여기 몸값이 워낙 비싸고 잘 하는 사람들은 갈 곳이 많다보니 좋은 사람을 오래 데리고 있는 것이 쉽지 않다. 내 개인적으로도 잘 하는 팀원이 갑자기 일대일 미팅을 요청하면 포커페이스로 유지하려고는 하지만 긴장을 하게 된다 (심호흡 한번 필요).

몸값만 봐도 오래 전이기 하지만 2004년 2월에 내가 야후에 시니어 엔지니어로 들어갔을 때 (석사 후 9년 경력 일 때다) 내 시작 연봉이 10만 5천불이었다(난 연봉보다 스톡옵션을 더 달라고 했었다). 사실 앞 직장에서 받은 연봉보다는 조금 낮았지만 보너스 10%가 있었고 좋은 스톡 옵션이 있었기에 전체 액수(Total Comp)는 이것보다 크긴 했다. 근데 2017년에 다니던 회사에서 CS 전공 학사 졸업생을 뽑으려면 이보다 연봉을 최소 만불은 더 줘야만 뽑을 수 있었다. 물가상승을 감안해도 결코 작은 액수가 아니다. 더군다나 내가 다니던 유데미는 아직도 스타트업이었다. 그나마도 큰 회사들과 경쟁이 붙으면 백전백패했다.

사무실 비용도 비싸고 의료보험 비용도 보통이 아니다. 보통 직원 한명당 의료보험으로 한달에 대략 2천불 (회사 그만둘때 나오는 코브라 보험을 하게 되면 이걸 개인이 다 부담하게 되는 거다)정도 들어간다고 보면 된다. 그걸 100% 회사에서 다 부담하는 하는 좋은 직장도 있지만 보통은 회사와 직원이 나눠서 부담을 하게 되는데 회사가 부담을 일반적으로 더 하게 되므로 직원수가 늘어나면서 생기는 부담이 적지 않다. 실리콘밸리에서 회사를 운영하는 비용이 정말 비싸다.

개인 입장에서 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일단 집값이 정말 너무 비싸다. 다시 한번 나는 운이 좋은 편임을 깨닫게 된다. 나는 집을 2004년말에 샀는데 그때가 닷컴 버블과 9/11에서 벗어나며 경기가 좋아지던 때라 그때도 1-2년 사이에 집값이 많이 올라서 살까 말까 주저하던 사람들이 많았다. 2008년 리만 사태때 한번 떨어지기는 했지만 아무도 이렇게 계속 올라갈 꺼라 예상치는 못했으리라 믿는다. 이제 판데믹과 함께 불경기가 시작된 듯 하니 얼마나 내려갈지 궁금하다.

주변에 돈 많이 버는 사람들도 많고 그런 이야기도 많이 들리고 가끔 회사동료나 친구들이 대박치는 것도 보니 위화감 혹은 시기/질투를 느끼기도 쉽다. 내 전 직장 동료들 중에도 큰 돈 번 사람들이  많다. 내가 가진 것에 만족하기 보다는 남과 비교해서 부족한 부분에 더 집중하기 쉽다. 2012년 11개월 놀지 않았다면 아마 아직도 비슷하게 살고 있지 않았을까 싶다. 다시 한번 내 커리어 최고의 결정은 잠깐 쉬어간 거다 (개인 안식년 이야기: https://lnkd.in/gzwPrQcg ).

또 교육을 잘 받은 사람들이 많다보니 (특히 중국과 인도) 자식 교육도 열심히 해서 동네마다 다르긴 하지만 애들 키우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경쟁이 참 치열하다. 딸내미도 자기 중국 친구들 엄마랑 비교하면 우리 엄마는 키티 맘이라고 할 정도로 중국 엄마들 극성보면 타이거 맘이란 말이 딱 맞다. 또 좋은 일이지만 운동도 많이 하는 분위기라 소프트볼, 축구, 농구, 수영, 태권도, 테니스 등등 정말 주말에는 운전사로 일하느라 바빴다. 미국 대학은 꼭 실력만으로 뽑는 것이 아니라 Affirmative Action으로 인해 인종적 다양성을 고려해서 뽑기 때문에 좋은 공립대학이나 일부 사립대학의 경우 아시안들이 받는 불이익이 상대적으로 크다. 즉 아시안들끼리 경쟁을 해야하니 정말 힘들다.

출처:

장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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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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