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30대의 영어공부
지난 33년 간 영어 공부 했던 것보다 최근 두 달 동안 제일 많이 하는 것 같다. 돌이켜보면 이렇다.
28살 때까지는 영어 공부를 왜 해야 되는가, 이유를 납득하지 못했다. 영어 학원도 거의 안 다니고 그냥 단어장만 외워서 수능 같은 만 시험 어떻게 든 모면하는 방식이었다. 이때 왜 그랬던 걸까 생각해 보면 일단 일본 말고 해외여행을 가본 적이 없고, 주변에 유학생 친구들이 없었고(있었지만 항상 그냥 미국에 있으면서 한국이 그립다 뭐 이런 얘기들만 하니까), 아무튼 넓은 세상을 먼저 보고 그것에 대해 나한테 얘기해 주는 친구들이 없었다.
28살 때 실리콘밸리에서 넓은 세상을 보고 와서 33살까지는 왜 공부를 미루었는가 생각해 보면, 첫 2년 동안은 빚 갚고 적금이라는 것도 들어보자 하면서 일을 진짜 오지게 많이 했고 그다음 1년은 우당탕탕 팀 빌딩 과정이었고, 우당탕탕 우리는 투자를 받았고 뭐 온갖 핑계들이다. 솔직히 알았는데 그래도 잠은 자고 자전거도 타면서 살아야 했다. 다시 돌아가서 시간을 쪼개서 할 수 있었나 생각해 보면, 의지와 체력이 있으면 할 수 있었겠지만 그냥 그 정도 되지 않았던 거다.
영어 잘하는 친구들이 항상 영어를 잘하려면 해외에 나가거나, 이태원 같은 데서 어떻게든 외국인 여친을 사귀어보고 걔랑 몇 번 싸워보라는 조언들을 해줬는데 그 말이 대충 이해가 되는 게, 걍 생존하지 못하면 X되는 상황에 자신을 쳐넣어야 한다는 얘기인 거 같다. 어쨌든 글로벌로 나아가야 하고 가서 관계를 만들고 콘텐츠를 찍고, 편집해야 하니까 모든 과정이 다 생존과 직결된다. 네트워킹을 할 때 찐따 동양인이면 안 되고, 콘텐츠를 찍을 때 알아는 듣게 말을 해야 하며, 편집을 할 때도 하나하나 이해하고 편집해야 한다. 그냥 일주일에 수십시간씩 들으니까 조금씩 들리고 그런다. 아직 뭐 유치원 수준이지만.
암튼 진짜 30분 영어듣는 게 한국어 3시간 듣는 거 정도의 체력을 필요로 한다. 이걸 12시간 들어도, 시끄러운 환경에서 들어도 안 피곤할 정도로 체력을 늘려야 한다니 엄청난 도전이다. 그렇지만 할 수 있다.
출처: